<동화>세 부족 이야기 - 신현미

신현미 | 기사입력 2020/05/19 [19:19]

<동화>세 부족 이야기 - 신현미

신현미 | 입력 : 2020/05/19 [19:19]

▲ 신현미
아동문학가, 수필가아동문학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문예교육지도사
안산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동시집 「자전거 타고」외 다수동화집 「햄스터 대소동」외 다수
에세이집 「사랑한다는 그 일」 외 다수
서평집 「안산시민이 안산시민에게 권하다」 1,2,3권  

 옛날 어느 나라에 세 부족이 살았어요. 덩치가 무지하게 큰 거인족, 보통의 중인족, 덩치가 아주 작은 소인족 이렇게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부족끼리 따로 모여 살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나라에는 해마다 큰 홍수와 태풍으로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고민하던 왕은 세 부족이 힘을 합쳐 어떤 재난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성을 지어 한 곳에 모두 모여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어요.


왕은 세 부족의 대표들을 불렀어요.
 “세 부족이 힘을 합쳐 어떤 재난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성을 쌓으라. 게으름을 피우는 부족은 그 성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명심하여라.”
그리고 왕은 거인족 대표를 관리로 임명하고 모든 권한을 주었어요.  거인족 대표는 다른 두 부족 대표들에게 말했어요.
“이제부터 자기 부족에 있는 돌을 가져오시오. 빠른 시일 내에 성을 짓지 않으면 또 물난리를 겪을지 모르니 서두르시오.”


다음 날부터 성을 쌓을 돌들이 날라졌어요. 덩치 큰 거인족들이 먼저 왔는데, 집채만 한 바위를 가져왔어요. 뒤를 이은 중인족들은 큰 돌덩이들을, 제일 늦게 도착한 소인족들은 자갈과 모래를 가져왔지요.
관리를 맡은 거인족 대표는 차례로 훑어보더니 거만하게 말했어요.


“거인족과 중인족이 가져온 바위와 돌들은 통과 시켜라. 그러나 소인족이 가져온 작은 것들은 필요 없다.”
소인족들은 난처했어요.
“이 작은 돌과 모래도 쓸 데가 있을 겁니다.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관리는 단호했어요.
“그런 작은 것들로 언제 성을 짓는단 말이오. 성가시기만 하니 당장 비키시오.”
할 수 없이 소인족들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요.  큰 바위와 돌들로 인해 성은 생각했던 시간보다 빨리 지어졌어요.


그러나 덩치 큰 것들로만 쌓아 올리다보니 바위와 바위, 바위와 돌덩이 사이에 작은 구멍들이 생겼어요.
거인족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지요. 중인족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했고요.
그러나 성 밖에 있던 소인족 사람들의 눈에는 여기저기 빈틈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관리를 찾아가서 말했지요.


“성을 바위와 큰 돌만으로 쌓으니 빈틈이 많이 생겼습니다. 저희에게 있는 자갈과 모래를 이용해서 그 틈을 막아야 합니다.”
“무슨 틈이 있다고 그러시오. 그리고 설사 틈이 있다 해도 이렇게 튼튼한 바위와 돌로 지은 성이니 아무 걱정 없소.”
“아닙니다. 자갈과 모래를 섞어 빈틈을 메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틈으로 바람과 물이 들어와 성을 무너트릴 것입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성이 다 되어가니 들어오고 싶어 안달을 하는군. 그래도 소용없을 거요. 당신들 소인족들은 한 일이 없으니 이 성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요. 그럼 잘들 가시오.”


소인족들은 답답했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요.
성이 다 완공되었어요. 큰 바위와 큰 돌로 지어진 성은 정말 튼튼해보였어요. 왕은 흡족해 하며 세 부족 사람들을 다 그 성으로 모았어요.


“모두들 고생했다. 이제 그대들의 짐을 이 성으로 옮기라. 이곳에서 모두 같이 지낼 것이다.” 그 때였어요. 관리가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말했어요.
“왕이시여. 전날에 왕께서 게을리 일한 자들은 이 성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소인족 사람들은 성을 지을 때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이 성에 들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왕이 놀라 소인족 사람들을 향해 물었어요. 

“정녕 그대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대들은 내 백성이 아니란 말인가? 내가 그토록 당부했거늘. 괘씸하도다. 썩 이 성에서 나가라.”
소인족 사람들은 변명할 틈도 없이 성 밖으로 내쫓기고 말았지요.


여름이 되어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좀처럼 비는 그칠 줄을 몰랐어요. 거기다 태풍까지 불어 성 주변의 나무와 집들이 날아가고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성 안에 있는 사람들도 차츰 불안해졌어요. 그러자, 관리가 나서 자신 있게 말했어요.
“이 성은 어떤 태풍이나 홍수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게 쌓아졌으니 걱정들 마시오.”

관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안심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믿었던 튼튼한 성이 곧 여기저기서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바위와 바위 사이, 바위와 돌 사이의 작은 틈으로 물이 들어오고 바람이 드나들며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하나가 무너지자 우르르 무너져 버린 것이에요.


성 안에서 안심하고 있던 사람들은 성 밖, 자갈과 모래로 빈틈없이 지어놓은 소인족의 작은 성으로 대피했어요. 간신히 몸만 의탁할 수 있었지요.


물난리가 멎은 후 왕은 관리를 불러 책임을 물었어요.
“튼튼하다고 그토록 자신하던 성이 무너지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그리고 소인족들의 작은 성은 어째서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오. 말해 보시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왕은 진노하여 관리를 파직시키고 소인족의 대표로 새 관리를 삼았어요.
“바위, 돌, 자갈, 모래, 그 어떤 것도 필요치 않은 것이 없다. 그대는 그것들을 다 동원하여 빈틈없이 성을 쌓아 내 백성들을 편히 쉬게 하라.
거인족, 중인족, 소인족 그 어떤 부족에 속한 자라도 다 내 백성이 아닌 자가 없도다.”


새 관리가 된 소인족 대표는 다시 튼튼한 성을 쌓기 위해 세 부족을 모았어요.


그리고 거인족과 중인족 대표를 공동 관리로 하여 같이 협력하여 정성껏 성을 쌓았지요.
다시는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성에서 왕과 세 부족 사람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어요.
몇 세대가 지나고 그 성에는 한 부족만 살게 되었지요. 왜냐하면 덩치가 똑같아졌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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